김하성 마음을 '울린' 두 명의 남자…박찬호와 멜빈 감독

김하성 마음을 '울린' 두 명의 남자…박찬호와 멜빈 감독

링크온 0 254 2023.11.22 03:25

"올라가기보다 나아간다고 생각하라"…김하성 향한 박찬호 조언

한국시리즈 2차전 관전하는 박찬호와 정우성
한국시리즈 2차전 관전하는 박찬호와 정우성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박찬호(왼쪽)와 배우 정우성이 8일 서울시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을 관전하고 있다. 2023.11.8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골드 글러브를 거머쥔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생각하는 두 명의 '귀인'은 박찬호(50) 샌디에이고 특별 고문과 밥 멜빈(62) 샌디에이고 전 감독이다.

프로야구 무대에 뛰어든 이후 처음으로 좌절을 맛본 2021년 김하성을 일으킨 건 '투머치 토커' 박찬호의 짧은 한마디였다.

김하성은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 청담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MLB에서) 첫해 엄청난 실패를 맛보고 나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박찬호 선배와 대화하며 느낀 게 컸다"고 말했다.

아시아 선수 MLB 최다승(124승)을 거둔 박찬호가 건넨 조언은 '올라간다기보다는 꾸준히 나아간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였다.

매년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는 데 집착하는 게 아니라, 한참 시간이 흐르고 뒤를 돌아봤을 때 출발점으로부터 전진했으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하성은 KBO리그 데뷔 첫해인 2014년 대수비와 대주자로 경험을 쌓은 뒤 2년 차인 2015년 타율 0.290에 홈런 19개, 도루 22개로 잠재력을 터트렸다.

KBO리그에서 김하성은 말 그대로 매년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2020년 타율 0.306에 30홈런, 109타점을 쓸어 담고 꿈에 그리던 빅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골든글러브 수상 후 기자회견 하는 김하성
골든글러브 수상 후 기자회견 하는 김하성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골든 글러브를 수상한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호텔리베라에서 열린 수상 공식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11.20 [email protected]

그러나 MLB 무대는 만만치 않았다.

KBO리그에서 '공격형 유격수'로 통했던 그는 빅리그에서 처음 맞은 2021년 수비 능력만 괜찮은 평범한 선수가 됐다.

117경기 출전 타율 0.202, 홈런 8개, 도루 6개, 34타점이 그가 남긴 성적의 전부다.

김하성은 "자꾸 올라가기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힘들었고, 떨어지니까 감당하기 어렵더라. 그때 박찬호 선배가 안 될 때는 멈췄다가 다시 나아가면 된다고 해주셔서 많이 도움이 됐다. 덕분에 한 시즌 꾸준히 나아갈 수 있는 플레이를 하자는 각오를 다졌다"고 했다.

박찬호 역시 이 장면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지난 8일 KBO 한국시리즈가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을 찾았던 박찬호는 취재진과 만나 "타율 같은 수치에 얽매이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량을 키우라는 의미로 그런 말을 했다"면서 "김하성 선수가 여러 번 감사 인사를 해서 오히려 내가 더 고마웠다"고 화답했다.

김하성 격려하는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
김하성 격려하는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21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미국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스프링 캠프 훈련.
김하성이 내야 수비 훈련을 마친 뒤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이 김하성을 격려하고 있다. 2023.2.22 [email protected]

야구장 바깥에서 조언한 사람이 박찬호라면, 김하성을 꾸준히 믿고 기용한 인물은 멜빈 전 감독이다.

2021년 시즌이 끝난 뒤 샌디에이고 지휘봉을 잡은 멜빈 전 감독은 선수와 유대감을 형성하고 신뢰를 얻는 능력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멜빈 전 감독이 부임한 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주전 내야수로 확고부동하게 자리를 굳혔다.

멜빈 전 감독은 이번 시즌이 끝난 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으로 부임해 팀을 떠났지만, 여전히 김하성에게는 잊을 수 없는 '은사'다.

우리나라에서 선수와 감독을 '사제 간'으로 흔히 표현하는 것과 달리, 미국은 좀 더 비즈니스적인 관계다.

김하성은 멜빈 전 감독을 스승으로 대했고, 올 시즌이 끝난 뒤에는 장문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멜빈 전 감독은 팀을 떠난 뒤에도 김하성의 골드 글러브 수상을 진심으로 기뻐했다.

김하성은 "골드 글러브를 받고 가장 기억에 남는 축하 인사는 멜빈 감독님이었다"면서 "감독님으로부터 '내가 만난 선수 중에 네가 손에 꼽을만한 선수다. 함께해서 좋았다'는 말을 들었다. 정말 감사했다"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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